본문 바로가기
집밥 요리/정보 & 잡담

요리에 불맛을 내는 방법과 정의

by 스톡머신 2023. 9. 15.
반응형
반응형

불맛, 우리의 후각을 자극하며 식욕을 샘솟게 하는 마법같은 단어

 

먼저, 이 글을 작성하는데 있어 절대 전문가(쉐프)의 입장에서 쓴 글이 아니며, 약 1년간 어떻게 하면 집에서 불맛을 낼 수 있을까를 목적으로 조사함과 함께 여러차레 실험에 걸친 일발적인 소비자 입장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불맛을 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알려진 플람베(Flambe)
불맛을 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알려진 플람베(Flambe)

[쉐프들에게 불맛이란]

많은 쉐프분들이 유튜브나 공영방송에서 소개한바 있고, 그 방법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딱히 이게 진짜 불맛이다!라고 단정짓거나 내 방법이 원조입니다!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1) 호텔식 조리방법으로 배운 쉐프분들과 일반 요식업을 목표로 하는 쉐프분들이 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호텔식으로 배운 분들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걸 목적으로 조리하기에, 그분들은 재료 자체를 불을 직접 그을리는 맛을 금기시합니다. 따라서, 해당 쉐프분들이 공영방송에서 출연해 불맛을 낼 수 있다고 소개한 여러가지 방법들은(대표적으로 간장 태우기, 설탕 태우기), 이러한 금기된 점을 우회해서 흉내낸 그나마 대중적인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일반 요식업을 하는 쉐프분들이 보여주는 불맛 내는 방식은 팬에 기름을 둘러 유증기를 태우고 재료에 입히며 불에 그을리는 방식을 가장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또한 실제 숯불에서 나오는 훈연향까지 입힐 수 없으며 일반 가정집의 화력으로는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3) 쉐프라기 보다 요리를 취미로 하는 분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공산품인 향미유, 또는 목초액과 같은 제품들을 요리에 추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을 소개하는 영상이 극히 적은 이유는, 완성된 공산품을 끼얹는 수준이라 더 소개할게 없기 떄문입니다.

 

[불맛의 정의]

과거의 영광이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호텔식 쉐프의 입장에서 일반 유튜버(?)로 전향하신 이 분의 말을 참고하면..

승우아빠님 유튜브 강의 중 불맛 강의

 

단백질과 당이 수분에 녹아내린게(마이아르 반응) 고온을 쬐면서 형태가 변형되 유증기를 통해 불맛이 입혀진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훈연향과 차이점이, 숯이나 나무를 태운 향이 빠져있다는 점입니다. 훈연향은 고기를 숯불에 구울 때 고기에서 나온 기름과 수분이 숯불에 닿아 태워지며 유증기가 올라오는데 이게 훈연향입니다.

즉, "훈연향을 뺀 태운 유증기를 재료에 입힌다"라는 불맛의 최적의 조건은 강한 화력과 장소가 갖춰진 중화요리식 웍질(=바오궈)이나, 또는 술과 같은 알코올을 부어 순식간에 재료를 그을리는 플람베 등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들 모두 집에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집에서 이거하다간 불 나거나 경보 울리니 하지마세요.) 그나마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시험하며 정리한 영상을 같이 링크드립니다. 다양한 팬으로 흉내내는 방법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 중 가정식 불맛 방법에 대해 설명이 잘 되어있던 영상 중 하나였다.

 

[불맛을 내는 방법들(익히 알려진)]

1. 파를 기름에 볶는다.

: 파를 기름에 끓이면서 나오는 진액이 증발하며 발생하는 이 맛은 불맛, 훈연향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그냥 파기름을 내는 것에 조금 더 태운 맛일 뿐입니다.

 

2. 설탕을 태운다.

: 어렸을 때 달고나(또는 뽑기)를 만드는걸 한번쯤은 해보거나 보셨을 텐데, 백설탕을 녹여 거기에 소다 뿌리죠? 소다만 빼고 이렇게 설탕만 갈색으로 그을리는 작업을 "케러맬라이징"한다고 하는데, 이 역시 그슬린 맛 까지는 낼 수 있지만 불맛, 훈연향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또한, 설탕을 녹이고 나서 불을 끄는 순간 순식간에 굳어져 버리기에 조절하기도 어려워 불향을 내고 싶으시다면 이 방식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3. 음식 재료에 직접 토치질을 한다.

: 토치의 불에 끝 부분으로만 재료를 그을리는 방식입니다. 토치를 너무 가까이 하면(푸른색 빛에) 가스향까지 입혀져서 요리를 망치게됩니다. 가급적 먼거리에서 태워야 하는데 이것 또한 식재료에서 발생하는 유증기가 입혀지는게 아니라 겉을 직접 태우는 거라 탄맛만 나게 됩니다. 그래서, 초밥집에 갔을 때 소고기 초밥을 쉐프분들이 토치질을 하시는 걸 볼 수 있는데, 잘 못하는 가게에 가시면 가스맛만 나는걸 느끼셨을 겁니다. 정말 비슷하게 해내려면, 막 기름에 구운 고기에 수분기가 좀 남아있는 상태에서 바로 꺼내어 토치질을 하시는게 좋습니다.

 * 토치질을 일부 유튜버 분들이 알루미늄 코팅팬에 하는데, 이렇게 하면 코팅 다 벗겨집니다. 절대로 토치질은 무쇠팬 위에 하세요.

이게 쉬워보여도 쉬운게 아니다. 타이밍과 적정 거리 유지, 굽는 시간까지 완벽해야 한다.
이게 쉬워보여도 쉬운게 아니다. 타이밍과 적정 거리 유지, 굽는 시간까지 완벽해야 한다.

 

4. 커피가루를 태운다.

: 불맛 돼지불백 레시피에서 소개해 드린적 있습니다. 네. 이것은 야메에 가깝습니다. 정확히는 고추가루의 탄향 + 커피가루의 탄향이 합쳐져서 훈연향과 살짝 비슷한 향이 나게 되는데, 오일과 같이 태워 향미유로 만들어 돼지고기와 같이 본연의 기름이 많은 식재료에 같이 쓰면 약하게 흉내낼 수는 있습니다. 해산물보다는 육류 식재료에 어울리기는 합니다만, 애들이 있는 가정집에서는 커피때문에 쓰기 힘든 방식이죠. 게다가 맛을 본업으로 삼는 분들은, 아래와 같이 이 향의 차이점은 금방 알아챕니다.

 

"커피가루 넣으면 불맛 난다고"‥너튜브 레시피 따라한 김치찌개집에 백종원 반응

'골목식당' 백종원이 너튜브 레시피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지난 1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 [더보기]

newsfeed.dispatch.co.kr

 

5. 간장을 태운다.

: 백파더님을 비롯한 쉐프들이 주로 방송에서 말하는 방법인데, 완전한 불향은 아니지만 은은한 향이 그냥 간장을 넣어 볶을 때보다 더 좋습니다. 최대 장점은 육류, 해산류, 야채류 모두에 통용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메인으로 향을 입히는 방법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가정집에서 할 수 있는 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대신, 간장을 태우고 재료에 입히는 타이밍이 너무 빠르면 재료 자체에 간장맛이 입혀집니다. 그리고 이 또한 완전한 불맛이 아닙니다.

간장을 태우려면 이런식으로 재료와 분리하여 팬 가장자리에서 하는게 효과적이다
간장을 태우려면 이런식으로 재료와 분리하여 팬 가장자리에서 하는게 효과적이다

 

6. 공산품을 사용한다.

: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목초액류인 리퀴드 스모크액, 또는 짬뽕향미유에 가까운 화유를 사용합니다. 리퀴드 스모크액은 구운 고기류에 어울리며, 화유는 고기나 해산물에 모두 어울리지만 주로 매콤한 음식에 사용합니다. 화유의 경우는 주의할 점이, 향미유라서 먼저 붓고 익혀버리면 향이 날아가버리니 다 만든 음식에 넣어 섞기만 하셔야 합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리퀴드 스모크액은 수용성과 지용성이 있는데, 대게 수용성이며 먼저 음식에 넣고 볶아도 그 향이 잘 날아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스모크액은 훈연향으로 짜낸 주재료 나무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며, 대표적으로 3가지를 들겠습니다.

    1) 참나무 : 향이 제일 강하기에 아주 적은양에도 역한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2) 히코리 나무 : 향이 사과나무보다는 조금 세지만, 현실적으로 양을 조절하기 쉬운편입니다. 다만, 참나무보다는 부드럽지만 역시 용량이 과하면 역한 향이 날 수 있습니다.

    3) 사과나무 : 그나마 향에 있어 대중적입니다만 일반적인 훈연향보다는 약해서 호불호가 있습니다.

히코리 스모크향 약 9%가 함유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
히코리 스모크향 약 9%가 함유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향미유들, 화유가 가장 좋았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향미유들, 화유가 가장 좋았다.

 
 

 

 

대중적(전세계 기준)인 리퀴드 스모크액 보통 히코리 나무를 사용합니다. 액상 첨가율(일반적으로 한번 요리에 1T, 2T정도만 사용)에 따라 다르지만, 용도는 바베큐나 베이컨과 같은 한식이 아닌 미주, 유럽식에 가까운 고기에 속하며 해산물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쭈꾸미 볶음, 낚지 볶음같이 매콤한 해산물 음식에는 화유가 어울립니다.

 

* 이러한 공산품들은 매우 간단한 가정식 방법이지만, 그 맛이 강렬하고 정해진 맛이기에 자주 먹다보면 쉽게 질립니다.

* 리퀴드 스모크는 결국 목초액입니다. 약 8년전 이영돈 먹거리 x파일에서 목초액을 암유발 물질로 타겟잡고 방송한적이 있습니다만, 공업용 목초액을 식용으로 속여 판 식약처에 허가받지 않은 공장 제품들이 주 원인이었습니다. 현재 나오는 식용 제품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이미 사용중이며 그러한 위험부담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만. 저도 사실 이러한 재료에 대해 딱히 안전하다고 정의할 수 없기에 불맛을 내는 방법론으로만 소개해드립니다.

 

7. 가정식 스모킹건을 사용한다.

: 저희 아파트 집에서도 가능하며 캠핑때 보다는 미약하지만 향이 입혀집니다. 그리고 소개드린 방법들 중 가장 불맛+훈연향에 가까운 맛입니다. 중요한건 다 조리한 식재료, 즉 수분이나 기름이 겉에 입혀져 있는 한참 달궈진 식재료에 하셔야 더욱 효과적입니다. 향을 먼저 입히고 팬에 익혀버리면 냄새가 날아갈 수 있습니다. 제품에 따라 가격도 다르고 호불호가 있으니 따로 추천드리지는 않겠습니다.

  * 아래 영상에서 1분 29초 부터 참고

스모크건을 활용한 고기굽기 영상

 

 

마지막으로 추가 드리는 내용입니다.

 

1) 불맛낸다는 분말식 가루는 구매하지 마시길 추천드립니다. 거의 대부분이 바베큐향에 흡사한 야메입니다. 살짝 단맛과 쓴맛이 섞여있어 원하시는 불맛이 아니실겁니다.

2) 리퀴드 스모크(목초액)은 집에서 할 수 있는, 확실히 불맛에 가까운 향을 냅니다. 아래 영상은 공영방송에서 직접 실험한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을 무조건적으로 권장드리지 않습니다. 사용하기도 은근 까다롭고 식재료 기준 안전성에도 아직 의문점이 있습니다.

불맛을 내기위해 시판되고 있는 제품들을 SBS에서 직접 테스트한 결과 영상

 

3) 시중에 요식업에서 판매되는 불맛 쭈꾸미, 불맛 낚지 볶음요리들은 대부분이 과도한 향미유 + 캡사이신의 작품입니다. 설탕을 때려넣은 떡볶이와 같이, 이러한 제품이 맛있다고 생각되시는 분들께는 차라리 시아스 제품인 화유를 추천드립니다.

4) 스모킹 건을 사용하게 되면 분명하게 훈연칩 양을 조절하셔야 하며 환기풍을 반드시 틀어놓으셔야 합니다. 스모킹건으로 입히는 훈연은 국물류에 부적합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