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려 하니, 당시에 나는 무엇부터 해야할지 막막하여 우선 레시피가 포함된 영상이나 다른 블로그 글들을 찾아보았다. 그 과정에서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지식이 부족하여 이해할 수 없었으나, 오랫동안 많은 레시피와 함께 재료를 직접 수급(=장 보기)하다보니 깨달은 점이 몇가지가 있다. 요리를 시작하기 앞서 공통적으로 알고가면 좋은 정보라 생각되어 미리 정리할까 한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궁극적인 레시피?
...따윈 없다. 하지만, 확실히 한식에 익숙한 한국인의 입맛은 보편적으로 외국인의 입맛과 다르다. 국내에 들어와 상업적으로 성공한 해외 음식들 중 대표적으로 쌀국수와 인도 커리등을 비교해보면, 직접 그 나라에 가 로컬 푸드(local food)를 먹어 보았을 때 쌀국수에 포함된 고수나 인도 커리에 포함된 큐민, 가람 마살라 등의 강한 향신료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반대로, 한식에는 거의 대부분이 필수적으로 마늘이 들어가는데, 국내 레시피 그대로 외국인에게 먹여보면 반응이 제각각 다르다. 결국, 우리 입맛은 생각보다 복잡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익숙해져온 로컬 푸드의 기본 구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인에게는 "한식에 가까운 맛을 내는 레시피"가 궁극적인 레시피라 볼 수 있다.
한식에 가까운 맛 - 오미(五味)기준
오미는 신맛, 쓴맛, 매운맛, 단맛, 짠맛 등 5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 한식은 단맛과 매운맛에 치중되어 있다. 생각보다 한식은 타국 음식보다 저염 정책에 앞서있어 짠맛이 많이 사라진 상태이다. 반대로, 외국 로컬푸드에는 아주 짜거나 달거나 등의 극단적인 맛의 레시피들이 많다. 이건 그 나라의 음식이 이상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살아온 환경이나 풍습, 전통에 가까운 맛을 재현하다보면 조상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의 부족한 영양소를 대체하다보니 그렇게 발전한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바다에서 먼 육지일수록 부족한 소금기가 필요해서인지 짠맛이 강한 레시피를 볼 수 있었다.
한식에 주로 들어가는 대표적인 식재료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추장, 고추가루, 양파, 마늘, 간장, 물엿 등이 있다. (더 많은 재료들이 있으나 최대한 간추려보았다.) 특히, 고추장은 고추분, 메주 가루, 찹쌀, 엿기름 등이 주로 포함되어 있는 만능 한식 소스인데, 그렇다고 모든 고추장을 때려넣다 보면 그 강렬한 맛에 본 음식의 다른 조화로운 맛들이 묻혀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 고추장이 실질적으로 우리 건강에 좋은 소스는 아니다. 구성분 중 찹쌀과 엿기름이 당에 큰 영향을 주어 당뇨환자에게는 고추장이 기피 1순위로 분류된다. 그래서 당뇨를 앓고있는 분들에게 판매하는 전용 고추장이 따로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고, 필자가 구매해 사용해보았을 때는 대체품으로 훌륭하나 맛은 확실히 오리지날 고추장보다는 떨어져서 아쉬웠었다.
맛의 궁극적인 Key - 감칠맛
이 결론을 내기 위해 앞서 글을 써왔는데, 결국 말하고 싶던건 다른 맛은 타협되도 우리 입맛에 맞게 조정 가능한 부분은 감칠맛이었다. 감칠맛이 반드시 MSG(글루탐산 나트륨 - Monosoidum Glutamate)가 들어간 조미료를 써야하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알고있는 가장 흔한 다시다, 미원, 치킨스톡과 같은 조미료들은 가장 간편하게, 오래 보관 가능하며, 소량의 양으로 감칠맛을 궁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개량된 제품일 뿐이다. 또한, 조미료의 구성에 따라 만든 회사도 다양하고 추구하는 방향도 다르다. 예를 들어, 미원은 사탕수수를 발효해서 만든 조미료로 가장 싸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지만, 연두는 콩을 발효해서 만든 발효액이다. 가루냐 액채냐의 차이도 있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연두는 국에 어울리는 조미료이며 미원보다 간장이 포함된 국에 조금 더 자연스러웠다. 회사에서 광고 타이틀로 넣는 "천연"조미료는 무의미하다. 각자의 역활이 조금씩 다른 것 뿐이고, 어차피 다 같은 MSG이다.
이렇게, 회사에서 판매하는 MSG조미료외에 개인이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손이 많이가고 특정 레시피외에 추천되지가 않는다. 비프스톡이나 치킨스톡을 대체하는 방법으로 소고기인 사태나 양지를, 또는 닭 한마리를 큰 솥에 삶으면 그게 스톡이 된다. (물론, 여기서 잡내를 없애기 위해 들어가는 부가재료들이 많지만, 해당 글에서는 생략하겠다.) 하지만, 이걸 MSG조미료가 아닌 "육수"라고 칭한다. 결국, MSG조미료란 회사에서 만든 제품들을 사서 사용하는게 가장 적합하며 간편하다.
그렇다면 MSG조미료로 무엇을 사용해야 하는가? 반대로 물어보면 왜 미원이나 다시다 하나로 통일 안하고 수많은 회사의 조미료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을까? 답은, 음식의 오미+향에 따라서 해당 조미료 또한 다르게 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시다는 소고기 베이스의 조미료인데, 멸치로 육수를 낸 국물류의 한식에 잘 어울린다. 미원은 한식 어디에도 들어가 호환이 될 수 있지만, 그 맛의 풍미는 확실히 다시다에 비해 뒤쳐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시다를 된장찌개에 넣어보면 결코 미원보다 맛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감이 올 것이다. 이유는 다시다의 역활은 "육수의 대용품"이고, 미원은 MSG자체의 단일성분이기에 밑간으로 쓰거나 볶거나 굽는 요리에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MSG조미료를 쓰고 싶다면 여러개의 회사제품을 구매하는게 좋다. 아예 사용 안할수는 있어도, 한번이라도 사용하면 다시 사용할 수 밖에 없는게 조미료이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조미료는 다시다, 설탕(하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자일리톨/스테비아로 대체), 치킨스톡, 연두, 굴소스 등이 있다. 미원을 사용하지 않는건 순수히 개인 취향일 뿐이며, 상기 조미료 만으로도 충분히 맛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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